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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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작년 어느땐가 서점에 갔다가 제목에 낚여서 구입한 책임감 중독 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그저 '아~ 맞아. 이런 사람 있어. 아~ 맞아 나도 자주 이러는데' 하며 1주일간 마음속에 머무를 휘발성 감정만 남았었지요.

'책임감 중독' 책의 내용들을 보며 많은 공감을 했었는데, 제가 협업을 잘 못하는 이유를 아주 잘 설명해주는 문구들이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협력은 모두가 책임을 느낄 때 일어난다.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빠져' 라거나 '당신이 책임져. 나는 빠질 테니' 하는 상황에서는 협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잘못된 책임감에 대해 어느정도 무의식에서 지워나가는 것은 성공했지만, 책임감 중독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에 대해서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지요.

상대방이 저에게 A를 하기를 원했고, 제가 A를 하기 원했는데, 사회적 상황은 상대방이 저에게 A를 하라고 시켰고 그것을 실패했을 때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계약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실 안해도 그만이지만, 책임감 어쩌구 하면서 욕먹을 소지가 충분히 있는 상황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사실 제가 A 하기를 원하는 것이 훨씬 컸기 때문에 2-3일 밤을 새우면서 그 일을 처리했을 때, A와 관련된 사람들은 제게 책임감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에.. 명백한 오해죠 -_-

어떤 일에 대해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 Boundary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미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때 사람들과 다른 View를 가지고 시작하니, 어떤 경우에는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무척이나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한국어를 잘 못하고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는 또 하나의 어려운 일이 있는데, 무슨 일을 할 때 제가 가지는 책임과 권리에 대해 누가 속시원히 설명해주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저처럼 눈치 없는 사람은 쉽게 어울려 살기 힘들지요 -.- 대놓고 물어봐도 대답 안해주는 사람들.. ToT

어떤 Role 을 맡으려면 이러이러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라고 했을 때, 실제로 주어지는 책임보다 훨씬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 경우 책임감이 큰 사람은 그 Role을 회피하게 됩니다. 그렇게 큰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큰 책임을 받게 되어 평소의 자신의 리듬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반대의 경우 사실 엄청난 책임인데 별로 큰 책임이 없다고 생각될 경우,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 일에 쉽게 도전하고 쉽게 그만두기도 합니다.

최근 M. 스캇 펙 씨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는데, 책임감과 회피는 뗄 수 없는 사이인 듯 합니다.

다음 번 Daily 분류에는 작년 8월에 읽고 썼던 회피성 성격장애에 대한 essay 를 쓰겠습니다. 왠지 오늘 밤은 키보드를 다닥 다닥 두들기면서 글을 쓰고 싶은 밤이라, 글 빨 안서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포스팅합니다.

Comments

3 thoughts shared

01
N

neonatas

rath가 대놓고 물어보는데도 불구하고 속시원히 설명해주지 않는 건 회피같네.. ㅎㅎ. 아마 그런 회피를 하는 이유는 rath의 책임과 권리에 대해서 말해줘버리고 나면 책임을 져야되기 때문이 아닐까?

02
R

rath

상대방의 책임과 권리에 대해 말해주는 것. 그래, 그거 참 말하기 어렵겠다..

03
N

neonatas

결국 니 말대로 책임감과 회피는 뗄 수 없는 사이로.. 귀결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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